"저 제조업 하는 사람이에요"

가시광 경화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비즈큐어'
김태현's avatar
Jul 28, 2025
"저 제조업 하는 사람이에요"

NAACst STEP #7 데모데이가 끝난 직후, SNAAC 운영진과 참여팀 일부가 조촐하게 뒤풀이를 가졌습니다. 서로 수고했다며 술잔을 나누고, NAACst STEP 기간 동안의 고생(?)과 최종 결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와중, 비즈큐어 이석주 대표님이 조용히 웃으며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저 제조업 하는 사람이에요.”

툭 던진 그 말이, 이 팀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처럼 느껴졌습니다. 스스로를 “제조업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는 그 말에는 대표의 에너지와 책임감, 그리고 이 팀이 앞으로 펼칠 비즈니스의 생생한 현실감이 담겨 있었거든요.

연구실 창업팀에 대한 편견을 부수다

비즈큐어는 60개가 넘는 지원서 & IR Deck들 중에서도 유난히 빛났던 팀 중 하나였습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 연구실에서 시작된 기술 창업. 여기에 교수님이 코파운더로 함께하고 있다는 안정감, LG디스플레이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LG Dream Play'에 선발되었다는 트랙레코드까지. 피칭을 듣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물론 걱정도 있었습니다. 공학도들로만 구성된 전형적인 ‘연구실 창업팀’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죠. 기술은 있지만, 시장과 고객을 언어화하는 데 약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비즈큐어는 그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깨부수는 팀이었습니다.

이석주 대표님은 아이템을 피칭할 때도 ‘기술’보다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어 이야기했습니다. 복잡한 점착제의 화학적 구조보다, 고객이 겪는 공정의 비효율을 중점적으로요. 재료공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도, 왜 이 기술이 필요한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기술은 복잡할 수 있어도 설명은 명확했고, 논리는 일관됐습니다. 아직 양산 단계는 아니었지만, 양산까지의 마일스톤이 뚜렷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과정을 설명하는 대표의 말에는 단단한 자신감이 느껴졌는데요. 그래서인지 “제조업 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가벼운 농담이 아닌, 이미 고객을 만나고 있고 & 산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주는 말로 느껴졌습니다.

2차 심사 당시, 피칭을 들으며 필자가 실제로 작성한 코멘트

그 창업가로서의 당당한 태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석주 대표는 학부 시절 기자 활동을 하며 수많은 창업가들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언젠가 자신도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면서 그 꿈은 잠시 접게 됐죠. 그러던 중, 지도교수가 던진 “창업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는 말이 그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불씨를 다시 피워냈습니다. 단순한 권유가 아니라, 이석주 대표님이 지닌 자질을 먼저 알아본 게 아니었을까요? 비즈큐어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연구실을 넘어, 진짜 Hustle하는 팀

최근 두어스의 채용 공고가 '시간 투입'을 중시하는, 허슬하는 조직문화로 소소한 화제를 모았었는데요, 비즈큐어도 그런 팀입니다. 성과 뒤에는 늘 시간과 노력이 있었고, 팀원 모두가 성장을 위해 시간을 기꺼이 ‘투자’합니다.

비즈큐어는 8주간의 그로스 기간 동안 아침 8시(!)에 미팅을 잡을 수 있었던 팀이었습니다. 단지 대표 한 사람의 성향이 아니라, 이석주 대표님을 포함한 연구원 분들 모두가 그 리듬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은 단순한 생활 습관을 넘어, 이 팀이 기술 연구와 사업 준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표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아직 이 팀의 중심은 기술 개발에 있습니다. 빠른 실험과 반복보다는, 신중한 검토와 단계적인 진척이 더 익숙한 팀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은 시간(엄청나게 이른!!!!!)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움직이는 일관된 루틴, 그것이 만들어내는 집중력과 추진력은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말보다 시간 투입을, 단순한 계획보다 꾸준한 액션을 선택하는 팀. 비즈큐어는 그런 팀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연구개발에만 몰두한 나머지 ‘포텐셜’이라는 말에 의존해 사람들 앞에 서는 팀을 만납니다. 고객은 없고, 제품은 미완성이며,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앞으로 잘 될 수 있다”는 말로 설명을 대신하는 경우죠. 그러다 정부과제 하나, PoC 하나로 몇 달을 버티고, 그나마도 대부분이 연구실 내부에서만 이뤄집니다. 팀은 창업이라기보단 실험실의 연장선에 머물고, 매출은 있어도 고객은 없으며, 시장으로 나가려는 리듬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팀을 종종 ‘좀비’ 같다고 부릅니다. 외형상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팀. 시간은 흐르지만 사업은 진척되지 않고, 기술은 있지만 비즈니스는 없는 팀이죠.

비즈큐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술을 기반으로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비즈니스의 리듬을 만들고 있었으며, 기약 없는 미래가 아니라 오늘을 준비하는 팀이었습니다.

여기에 다 쓰진 못하지만, 비즈큐어는 단순히 디스플레이 점착제에 머무는 팀이 아닙니다. 점착제는 시작점일 뿐이고, 이들의 핵심 기술인 가시광 경화 기술은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이름인 ‘비즈큐어(Viscure)’가 '가시광(Vis)으로 미래를 치유(Cure)한다'는 말에서 따왔듯, 팀이 바라보는 문제의 크기와 방향성은 우리가 처음 지원서를 받았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깊었습니다.

“제조업 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제게 농담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그 말에는 양산에 대한 자신감, 세일즈에 대한 확신, 그리고 제조업이라는 다소 와일드한 세계 속에서도 스스로를 던질 수 있다는 포부가 담겨 있습니다. 비즈큐어는 분명히 산업에서 본인들만의 포지션을 ‘만들고 있는’ 팀입니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제조’업 하는 팀이 아닐까요?

비즈큐어: https://www.viscure.co.kr/

SNAAC은 더 많은 연구실 창업팀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info@snaac.co.kr로 편하게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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