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숙제: 고객의 지갑을 열어라!

권가원's avatar
Nov 19, 2025
플랫폼의 숙제: 고객의 지갑을 열어라!
 
하반기 스낵에서의 제 야심찬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스터디 부활시키기(!)였는데요ㅎㅎ
정규 세션 시간을 활용해 운영진들이 돌아가면서 각자의 전공이나 관심 분야의 지식, 혹은 스타트업 관련 소식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학생 액셀러레이터로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갖춰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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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담당한 가장 최근 스터디에서는 Stripe 라는 미국 스타트업의 케이스를 소개했는데요, 글로벌 PG사인 Stripe는 온라인 결제 인프라를 API 형태로 제공하는 비즈니스로 헥토콘에 육박하는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입니다.
Stripe의 대박 성장은 한국 시장과 미국 시장의 환경 차이라든가, B2B 비즈니스의 특성이라든가… 여러 측면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오늘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Stripe와 같은 BM을 더욱 매력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최근 투자업계의 흐름에 대해 부족한 생각을 끄적여볼까 합니다.
다른 시각이나 의견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알려주세요!
 
한국 벤처는 외환위기 이후 인터넷 혁신의 바람을 맞았습니다. 대기업을 떠난 사람들이 네이버를 만들고 카카오를 세웠습니다. 그 이후에는 본격적인 모바일 물결에 맞게 네이버에 몸담았던 이가 배민을 낳고 카카오 출신들의 손에서 당근이 나왔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파도가 만들어낸 새로운 먹거리의 생태계 속에서 플랫폼 시대가 꽃핀 것입니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인 지금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둘러싼 시장의 시각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낍니다.
 
과거에는 공격적인 비용 집행으로 일단 플랫폼 사용자를 모으고 그 다음에 수익 모델을 붙인다는 사고방식이 스타트업스러운(?) 전략으로 간주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점유율을 선점하면, 한 번 판을 키워놓으면, 네트워크 효과를 완성하면, 언젠가 단위경제가 개선되고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장기적으로 독점 지위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뜨거운 믿음이 있었던 게 아닐까요? 덕분에 수년간 누적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엄청난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아 유니콘이 된 케이스도 많습니다. (물론 그 이면에는 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출혈로 소진된 이름 모를 플랫폼들도 많이 있겠지만요…)
 
이미지 출처: 중기부 보도자료
이미지 출처: 중기부 보도자료
 
마케팅비를 많이 태워서 사용자 기반을 만든 이후에 여러 수익 모델을 얹는 전략이 받아들여졌고, 광고 및 프로모션 비용 투입만 줄이면 언제든 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성장성과 잠재력을 잘 설득해줬던 듯 보입니다.
그러나 요즘의 투자 시장에서는 적자를 감수한 폭발적 성장에 대한 믿음에 기대어 투자받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플랫폼은 초기 현금흐름 창출이 까다롭기에 투자자의 접근이 조심스러워진 흐름이 감지됩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전체 투자시장에서 플랫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한 감소세에 있었고 100억 이상 대규모 투자의 경우 그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동향 리포트
이미지 출처: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동향 리포트
 
이런 분위기가 보여주듯, 과거 플랫폼 공룡들의 논리가 현재 세대에서 같은 유효성을 갖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비용 투입이 크더라도 일단 먼저 판을 만들고 선점하겠다는 이야기보다 Day 1부터 스스로 고객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비즈니스를 훨씬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구매 의향이 빠르게 확인되고 수익 구조가 예측 가능한 프로덕트 기반 사업, 매출 구조가 깔끔하게 보이는 SaaS, 고객의 비용을 확실히 아껴주는 B2B 솔루션 등이 그 예시입니다. (다만 기술 자체를 핵심 가치로 인정받는 딥테크 분야는 좀 다른 게임이고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번 스터디 때 Stripe의 사례를 소개한 것도 이 맥락에서였습니다.
 
그러니 오늘날의 플랫폼은 단순한 연결자의 자리에 머무르기보다 좋은 판 위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그 가치가 고객에게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되는가, 즉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로 승부를 봐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플랫폼이라는 모델 자체가 매력을 잃었다기보다, 그 스스로 고객이 바로 가치를 체감하여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는지 여부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기준이 된 듯합니다. 투자자 역시 그런 신호를 더 빠르고 선명하게 확인하고 싶어할 테고요. 따라서 정교하게 문제를 정의하고 초기에 효용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팀에게 기회가 더 열리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SNAAC은 Fastest Pit Stop for Early-stage Startups를 비전 삼아 초기 팀들의 속도를 한층 끌어올리는 피트 크루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합니다. 섹터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초기 스타트업과 함께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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