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붐이 온걸까?
요즘 주변 대화를 듣다 보면 이상하게 자주 들리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바이브코딩, 모두의 창업, MVP 등. 작년 이맘때만 해도 공대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 수업이나 학점, 연애 얘기가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나 요즘 앱 하나 만들고 있어"나 "그 해커톤 나가볼까" 같은 말들이 자연스럽게 낍니다. 대화의 무게중심이 조용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 주변만 그런 줄 알았습니다. SNAAC 활동을 하고, 투자 관련 대외활동을 하고, AI 대회 정보를 찾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됐고, 그 필터 안에서만 세상이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창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던 친구들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고, 대화 주제에 창업이 끼어드는 빈도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 처음 시작된 모두의 창업을 곳곳에서 홍보하고 있고, 이번 NAACst-STEP #9 지원팀 수도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SNAAC을 소개할 때, 전보다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도 느낍니다. 창업을 밀어주는 흐름은 늘 있어왔지만, 최근 들어 그 밀도가 다릅니다. 기관이 움직이니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이니 씬 전체가 함께 커지는 느낌입니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구현이 막막했던 사람들에게 바이브코딩은 꽤 강력한 돌파구였습니다. 코드를 몰라도 AI에게 원하는 걸 설명하면 앱의 뼈대가 만들어지는 시대가 됐고, 실제로 주변에서 앱을 출시하거나 랜딩페이지를 만들어 올리는 친구들이 생겨났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디어는 있는데 개발을 못 해서"로 끝났을 이야기가, 이제는 "일단 만들어봤는데"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공과대학 친구들과 함께 지내고 있으며, 학년이 올라가며 다들 생각을 깊이 해보고 있다는 점도 제가 느끼는 분위기에 영향을 줬을 수 있겠습니다. 1학년 때는 대학이라는 환경 자체에 적응하기 바빴다면, 이제는 다들 시야가 조금 넓어졌습니다. 학점과 스펙 너머에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감각이 생기는 시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I FOMO
분위기 변화를 가속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습니다. AI 기술의 빠른 발전입니다.
매주 새로운 모델이 나오고, SNS 피드에는 "AI로 2시간 만에 앱 만들었다"는 게시물이 넘쳐납니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 이른바 FOMO가 생깁니다. 저도 전기정보공학도로서, 그러한 FOMO를 강력하게 느낍니다. 새로운 툴이 나올 때마다 써봐야 할 것 같고, 주변 친구가 뭔가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나도 빨리 뭔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깁니다.
이 FOMO가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실제로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조급함이 앞서다 보면, 무엇을 만들지보다 일단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순간이 생깁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앞에서 방향보다 속도를 먼저 챙기게 되는 것입니다.






직접 해보면서 느낀 것
올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구체화해본 적이 있습니다. 공모전에 나가볼까 하면서 아이디어를 여러 개 늘어놓고 들여다봤는데, 대부분의 것이 이미 존재하거나, 겉으로만 새로워 보이는 것들이었습니다. "이거 재밌겠는데"라는 느낌으로 시작한 아이디어일수록 특히 그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하게 된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진짜 문제를 건드리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만들고 싶어서 만들고 있는 건가.
주변을 봐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이브코딩으로 뚝딱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제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쓸 사람이 있는지, 그 사람이 정말 그 문제로 불편한지를 확인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결과물이 빨리 나오다 보니 오히려 그 검증 단계를 건너뛰고 싶은 유혹도 생깁니다.
창업 관련 행사들을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점도 비슷합니다. 열기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그 열기가 진짜 문제를 향하고 있는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파도 위에 있고 싶다
그렇다고 이 붐을 냉소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이 흐름 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꽤 흥미롭고, 솔직히 설레기도 합니다. 국가가 창업을 지원하고, 스타트업 씬이 커지고, AI 기술이 그 속도를 더하는 이 시점에 공대생으로서 이 파도를 탈 수 있다는 게 잘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SNAAC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창업 씬을 가까이서 보는 이유도 결국 그것입니다. 빠르게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진짜 문제를 알아보는 눈을 기르고 싶어서입니다. 그 파도 위에서 같이 성장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 싶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창업 붐이 온 것 같습니다. 그 붐 안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저 또한 그 흐름 안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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