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AAC 활동을 하며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혹시 주변에 추천할 만한 사람 없어요?”
이 한마디에는 초기 스타트업이 얼마나 ‘사람’에 목말라 있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뛰어난 인재가 팀의 운명을 바꾸는 만큼,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죠. 하지만 동시에,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큰 초기 단계에서 함께할 사람을 구하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스타트업의 채용 문제는 SNAAC 내부에서도 늘 화두입니다. 스타트업 채용 박람회, 채용 지원 프로그램, 인재 매칭 등 다양한 요청과 시도가 이어지고 있죠. 좋은 팀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모습도 자주 보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낸 서비스”는 없습니다. 문제의 본질이 그만큼 복잡하고, 단순한 플랫폼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겠죠.
저는 학생 엑셀러레이터 SNAAC의 일원으로서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동시에, 미래의 창업가로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종종 상상하곤 합니다. 이번 글은 그 아이디어의 조각들을 정리해 두는 일종의 기록 노트이자, 미래의 저에게도 도움이 될지 모를 아이디에이션의 흔적입니다.
스타트업의 정보를 파헤쳐라
구글에 검색만 해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대기업들과 달리,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으로만 얻을 수 있습니다. 혁신의숲(마크앤컴퍼니), 더브이씨 등은 스타트업의 투자 정보, 동향, 매출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채용 서비스를 만든다면, 이러한 정보들이 구직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겠죠.
그렇다면 아직 투자를 받지 않았고, 의미 있는 매출도 없는 극초기 스타트업의 경우는 어떨까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예비 창업가나 초기 창업가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정부·민간 경진대회, 지원 프로그램, AC 프로그램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이수하고 수상 이력을 증명할 수 있다면, 스스로가 유망한 기업임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내용은 스스로가 직접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서비스가 이를 검증·보증하는 링크드인(LinkedIn)의 방식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SNAAC의 AC 프로그램인 NAACst STEP도 당당히 한 줄 차지할 수 있겠네요 🙂
스타트업을 정렬하라
스타트업에게 충분한 정보를 받았다면, 이제 이를 구직자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줄 방법을 찾아야겠죠. 구직자들은 스타트업의 투자 정보나 매출, 또는 수상 실적 등을 보며 좋은 스타트업을 고를 수 있습니다. 다만, 구직자들에게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어떤 기업이 믿을 만한지, 어떤 기업이 가장 유망한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인스타그램(Instagram)이나 X 등 소셜 미디어에서 사용하는 인증 뱃지를 참고해보면 어떨까요? 국내 유수의 VC나 창업 지원 기관들이 내부 프로그램을 이수했거나, 신뢰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해당 스타트업에 공식적으로 뱃지를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평소 다양한 스타트업과 교류하는 SNAAC도, SNAAC 이름으로 좋은 스타트업들에게 뱃지를 부여해주면 좋겠네요 😃
스타트업을 구직자에게 정렬해 보여주는 방식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내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정렬하되, 우리 채용 서비스에서는 인증 뱃지를 주요 지표로 삼을 수 있겠죠. 이후 사용자의 필터에 따라 구분되고 정렬되며, 중간중간 ‘광고’ 마크가 붙은 스타트업들도 함께 노출하면서 수익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계약까지 원스탑으로 해결하라
스타트업에 대한 정보가 외부 크롤링이나 악의적인 트래픽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문제는,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사용해봤을 에브리타임(비누랩스)의 강의별 시험 정보 노출 방식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강의평을 작성하거나 돈을 지불하면 포인트를 얻고, 해당 포인트를 사용해 시험 정보를 열람하는 방식이죠. 이와 비슷하게, 스타트업이나 채용 과정에 대한 정보를 작성하거나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포인트를 얻고, 그 포인트로 스타트업 정보나 채용 공고를 열람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다양한 채용 형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됩니다. 스톡옵션을 제시하며 함께 성장할 팀원을 찾을 수도 있고, 주식 일부를 양도하며 공동창업자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표준계약서를 기반으로 정규직을 채용하거나, 짧은 기간 동안 아이디어를 함께 발전시킬 인턴을 구할 수도 있죠. 각각의 형태에는 서로 다른 계약 방식과 고려사항이 존재합니다. 이런 점에서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SNAAC에 평소 많은 도움을 주시는 ZUZU(코드박스)와 연계해 계약서 작성 기능을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채용 정보 확인부터 계약서 작성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원스탑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채용 문제. 이번 아이디어들은 주로 구직자의 입장에서 떠올린 내용들이지만, 반대로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만큼 복잡한 문제이고, 동시에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면 분명 큰 혁신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하며, SNAAC과 함께 초기 스타트업과 창업 생태계를 응원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