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낵 8기 박지윤입니다.
저는 요즘 스낵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낵스텝의 기획과 운영 총괄을 맡느라 정신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낵스텝 9기는 지난 3월 1일 참여 팀 모집을 마감하고, 4월 6일 낮에 최종 선정팀 공지를 마쳤습니다. 현재는 운영진들이 담당팀을 하나씩 맡아, 어떻게 더 잘 팀을 돕고 같이 성장해나갈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스낵을 하며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왜 스타트업씬에 관심이 생겼어요?"입니다. 저는 아직 창업을 꼭 해야겠다거나,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대학에 진학하고, 진로에 대해 방황하며 다양한 선택지를 탐색하다가 스스로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을 세우고 검증해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확실해진 게 있습니다. 저는 재밌게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내가 함께 하고픈 팀
이런 저런 활동을 해보며 저에게는 무엇이 있어야 재밌게 일할 수 있는지 다양하게 고민해봤습니다. 결국 제가 찾은 스스로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저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일의 만족감에 제일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 같습니다.
어벤져스
저는 어벤저스, 스타트랙 류의 완벽한 팀이 나오는 액션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에선 나의 등을 팀원이 지켜주고, 각 팀원이 본인의 120%를 달성해 결국 불가능해보이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냅니다. 떨어져 있더라도 나의 동료가 일을 충실히 하고 있으리라 믿고,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동료가 스스로 해결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내 여건이 된다면 옆 사람을 도와주고, 내 여건이 안 된다면 동료를 믿고, 어쨌든 우리의 목표는 달성되고. 제가 좋아하는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저에게 있어서, 일이 재밌다는 감각도 결국 이런 순간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내가 할 일을 알아서 잘하고, 나의 잘하고 싶은 마음에 공감하는 동료들이 내가 공들인 일을 같이 빛내줄 때 뿌듯함을 크게 느낍니다.
내가 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고 주변인에 의해 그 몰입이 극대화 될 때, 스스로가 뿌듯하고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다고 느낄 때,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을 때. 이런 순간이 있으면, 힘들어도 재밌습니다.
조직몰입
저는 심리학과인데요. 심리학에서는 개인이 조직의 목표나 과제에 인지적으로, 정서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있는 정도를 조직몰입(organizational commitment)이라고 부릅니다. 조직몰입에는 여러 하위 유형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정서적 조직몰입은 개인이 조직에 대한 긍정적인 정서적 연결을 경험하고, 조직의 일원으로서 자부심이나 보상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들에 따르면 정서적 조직몰입이 높을수록, 조직을 위해 더 노력하고자 하는 동기가 강해지고, 창의적인 시도에도 적극적이게 됩니다(Yoeung et al., 2016). 또한, 조직몰입이 높아지면 직원들 간 정보 공유도 활발해진다고 합니다.
저는 정서적 몰입의 힘을 믿는 편입니다. 또한, 저에게 있어 특히 정서적 몰입 크게 작용한다는 것도 잘 압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고, 이 조직의 방향에 공감하고, 내가 여기 있다 사실 자체가 좋을 때 저는 훨씬 더 잘합니다. 사람이 좋아서 심리학과에 간 사람이니, 말 다 했죠.
높은 인재밀도
제가 선호하는 조직은 신뢰로 이루어진 조직입니다. 윗 내용들을 읽으시며 알아차리셨겠지만, 저는 동료들이 본인의 일을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서로를 감시와 통제에 가두지 않고서도 성숙한 인격체로 대우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신뢰 기반의 조직이 가능하려면, 전제가 있습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그 판단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것.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 실제로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합니다. 인재밀도가 높아야 합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봤습니다. 누군가에게 믿고 등을 맡길 수 없다는 감각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확인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늘어납니다. 규칙이 생기고, 보고 체계가 생기고, 자율이었던 것들이 관리가 됩니다. 오퍼레이션 코스트는 올라가고, 조직의 창의성과 효율성은 떨어집니다.
<규칙 없음>
작년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이 리드 헤이스팅스의 "규칙 없음"이었습니다. 넷플릭스는 재밌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성원을 100% 신뢰하고, “회사와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려라”는 규칙 외에 다른 규칙을 두지 않습니다. 휴가 제도나 법카 사용 제한 같은 건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고의 인재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고, 그 대신 책임을 요구한다.
이러한 원칙이 기능하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그 판단을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하고, 똑똑한 사람들에게 투명하게 정보가 공유되어 있어야 합니다.
티로의 철학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더플레이토(티로)의 철학 문서 첫 번째 원칙도 이와 가깝습니다. "맥락을 공유하고 결정은 현장에 맡긴다." 직원을 성숙한 인격체로 대하고, 일의 재미를 믿는 곳입니다. 팀원들이 각자의 일에 몰입하고, 소속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믿습니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가 실제로 돌아가는 조직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저에게는 꽤 큰 의미입니다.
잘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곳
제가 좋아하는 조직은 소수 정예입니다. 자기가 할 일을 알아서 잘하고,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 인원이 많다고 좋은 조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사람 다섯 명이, 그렇지 않은 백 명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발성
제가 원하는 조직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발성입니다. 각자가 스스로 고민을 나누고 토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분위기. 솔직한 피드백이 오가고, 서로에게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머뭇거림이 없는 곳.
조직에서의 정치질이나 감정 싸움은 제가 제일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것 중 하나입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모인 사이에서 그런 데 에너지를 쓰는 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정치질이 끼어들면 피드백이 망가집니다. 성장을 위한 솔직한 말이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쓰이거나, 그렇게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감정적인 문제로 조직의 상방이 제한되는, 안타까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피드백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이후 다른 글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스낵에서의 경험들
내가 스낵을 열심히 하는 이유
스낵도 참 흥미로운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아리, 학회, 스타트업 그 사이 어떤 애매한 포지션을 가진 이 경험은 때로는 지치고 저를 소진시키지만, 동시에 큰 희열을 가지고 오기도 합니다. 체력적으로 지칠 때도 참으로 많지만 스낵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도움을 얻어가시는 팀과 학생들을 볼 때, 제가 힘들어 할 때마다 도와주고 같이 스낵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는 스낵 운영진들을 볼 때마다 저는 다시 또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너 스낵 왜 해?"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저는 "재밌어서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때는 좀 가벼운 대답 같기도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보다 정확한 답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재미를 추구한다는 말이 가벼운 마음이라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이 일을 잘하고 싶고, 같이 하는 사람들과 믿음을 쌓고 싶고, 이 조직이 잘 굴러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속해 있는 두 조직에 대한 저의 사랑고백이었습니다.
제가 참 이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늘어놓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조직에서 일하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또 계시다면, 저에게 편하게 커피챗 요청해주세요! 같이 이런 조직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