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스타트업, '사농공상'의 경계를 허물다

농업 혁신의 새로운 밸류체인: '농(農)'을 넘어선 스타트업들의 도전
태은's avatar
Aug 05, 2025
농업 스타트업, '사농공상'의 경계를 허물다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학생 액셀러레이터 SNAAC입니다!

오늘은 농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 다양한 스타트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농공상'으로 읽는 농업의 미래

조선시대에는 사(士), 농(農), 공(工), 상(商)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선비는 여러 가지 일을 다스리고, 농부는 농사에 힘쓰며, 장인은 공예를 맡고, 상인은 물건의 유무를 서로 통하게 하니 뒤섞어서는 안 됩니다.

  • 『성종실록』 권140, 13년 4월 15일 계축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농업을 위해서는 농업 전문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각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사+농+공+상'이 모두 어우러져야만 혁신이 일어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농업의 가치 사슬 전체를 혁신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농(農)'만 생각해서는 안 되죠.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오늘날의 스마트 농업, 애그테크, 푸드테크 등 다양한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들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애그테크(AgTech) 분야에서 수많은 농업 스타트업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애그테크'라고 하면 흔히 좁은 공간에서 채소를 키우는, 이런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출처: 위키백과 '수직 농장'

하지만 농업의 혁신은 이처럼 '실내에서 작물을 키우는' 형태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농업을 혁신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스타트업들이 이러한 경계를 허물고 있을까요? 단순히 작물을 키우는 것을 넘어, 유통, 판매, 데이터 분석 등 농업의 전반적인 가치 사슬을 혁신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보겠습니다.

사(士), 기술과 지식으로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다: 파미레세

출처: 파미레세 홈페이지 (https://farmyirehse.com/)

'사'는 학자와 지식인을 뜻하죠. 농업 분야의 '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은 바로 파미레세입니다. 파미레세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인 강병철 대표가 창업한 기업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육종' 기술을 통해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는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하지만 파미레세는 AI 기반의 '스피드 브리딩(Speed Breeding)' 기술을 접목해 이 기간을 획기적으로 1/3 수준으로 단축했습니다. 이는 농업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파미레세는 이 기술을 활용해 기능성 성분이 풍부한 고추 품종과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프리미엄 딸기 품종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프리미엄 딸기 품종인 'ON BERRIES' 는 이미 미국 시장에 진출하여 뉴욕 타임즈와 같은 유력 매체에 소개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기존에 없던 독특한 맛과 당도를 앞세워 미국 파인 다이닝 디저트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파미레세는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디지털 육종 기술' 이라는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농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사(士)'의 정신을 농업에 접목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미래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죠.

농(農), 스마트팜으로 농업의 한계를 넘어서다: 앤씽

출처: 앤씽 홈페이지 (https://nthing.net/)

'농'은 농업을 의미합니다. 농업의 본질인 작물 재배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 기업은 바로 엔씽(NTHING)입니다. 엔씽은 흔히 '애그테크' 하면 떠올리는 스마트팜을 가장 진화된 형태로 구현하며 농업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엔씽이 개발한 '큐브(CUBE)'는 세계 최초로 유기적인 연결이 가능한 모듈형 스마트팜입니다. 컨테이너 형태의 이 큐브를 원하는 만큼 연결하여 유연하게 농장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죠. 특히, 한 개로도 운영이 가능해서, 스마트팜 시작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자금 부담도 덜어줍니다. 이 혁신적인 기술력은 2020년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인 CES에서 농업 분야 최초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엔씽의 스마트팜은 기후 변화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폭염, 장마, 한파와 같은 이상기후에 관계없이 연중 내내 균일한 품질의 채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큐브에서는 일반 농지보다 단위면적당 40배나 많은 양의 채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살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기존 노지 농업 대비 물 사용량도 94%나 절감하는 친환경 기술을 통해 ESG 경영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처럼 엔씽은 '농(農)'의 핵심인 작물 재배 방식을 첨단 기술로 재정의하며, 미래 식량 문제와 환경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工), 기술 장인들이 만든 '농기계 자율주행': 아그모

출처: 아그모 홈페이지 (https://agmo.farm/technology)

'공'은 장인을 의미합니다. 농기계라는 '도구'에 혁신을 더해 농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기업, 바로 아그모(AGMO)입니다. 아그모는 농기계 자율주행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농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고령화와 인력 부족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그모의 가장 큰 강점은 기존의 농기계에 부착하여 자율주행 기능을 추가하는 키트 형식의 솔루션입니다. 농민들이 값비싼 새 농기계를 구입하지 않아도 저렴한 비용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이 솔루션을 통해 농민들은 작업 시간을 30% 단축하고, 생산량을 10% 증가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아그모는 단순히 기술만 개발한 것이 아닙니다. 1980년대에 경운기에 맞춰 작고 비정형적으로 구획된 국내 농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형태의 농지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솔루션을 만들었습니다. 고령층 농민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버튼과 글씨 크기를 키우는 등 직관적인 디자인으로 사용자 편의성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그모는 '농지에서 혁신을 읽다'라는 기업 가치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 시장 진출과 영농대행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이처럼 아그모는 '공(工)'의 정신으로 농업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농민들의 삶을 더 편안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상(商), 플랫폼으로 유통의 판도를 바꾸다: 트릿지, 라포테이블

'상'은 상업, 즉 유통과 거래를 의미합니다. 전통적으로 정보 비대칭이 심했던 농산물 시장에서 이 경계를 허물고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바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상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습니다.

<트릿지(Tridge)>

출처: 트릿지 홈페이지 (https://www.tridge.com/ko/about/tridge-eye)

국내 최초의 애그테크 유니콘 기업인 트릿지는 전 세계 농식품 무역의 복잡함을 해결하는 B2B(기업 간 거래) 디지털 플랫폼으로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서로의 정보를 알기 어려웠고, 신뢰를 쌓기도 힘들었죠. 트릿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술과 전 세계 현지 전문가 네트워크를 결합했습니다.

트릿지 플랫폼은 무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여 공급자와 수요자에게 제공하고, '풀필먼트(Fulfillment)' 서비스를 통해 현지 농장 실사부터 계약 협상, 운송 업무까지 무역의 전 과정을 대신 처리하며 거래의 안전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트릿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최근에는 농식품 유통 플랫폼을 넘어 'AI 공급망 인텔리전스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습니다. 단순히 농식품을 사고파는 데 그치지 않고,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의 흐름을 추적하고 진단하는 데이터 기반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트릿지의 핵심은 이제 실시간 무역 데이터를 활용해 공급망의 문제를 감지하고 최적의 전략을 수립하는 SaaS 솔루션 '트릿지 아이(Tridge Eye)'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트릿지는 방대한 데이터와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농식품 무역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기업들이 예측 불가능한 시장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진정한 시장의 허브가 되고 있습니다.

<라포테이블(RAPPORTABLE)>

출처: 팔도감 (https://8dogam.com/)

라포테이블은 'X세대(1975~1984년생)'를 위한 식품 커머스 '팔도감'을 운영하는 기업입니다. MZ세대에 비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다는 편견이 있지만, X세대는 구매력이 높고 건강에 관심이 많습니다. 라포테이블은 이러한 X세대의 특성과 취향에 집중했습니다.

'팔도감'은 엄선된 제철 신선식품과 지역 특산물을 100% 검수하여 판매하며, 큼직한 화면 구성과 간편한 회원가입 등 X세대에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건강한 성장'을 추구하며 X세대 식품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 SNAAC의 ‘라포테이블 최희민 CEO 인터뷰’ 보러가기 : https://blog.snaac.co.kr/나의-문제가-아닌-시장의-문제를-해결하라-라포랩스-최희민-ceo-snaac-chat-55456

농업 혁신을 이끄는 또 다른 주역: SNAAC의 농업 포트폴리오사

지금까지 사, 농, 공, 상 각 분야에서 농업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가들을 만났습니다. 이들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잠재력을 알아보고 함께 달려온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SNAAC이 발굴한 또 다른 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특히 SNAAC의 대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인 NAACst STEP을 통해 가능성을 증명하고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농업 분야 스타트업을 만나보시죠.

메타파머스: 로봇으로 농업을 혁신하다

출처: 메타파머스 홈페이지 (https://metafarmers.ai/)

고령화와 인력 부족이라는 농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타파머스는 단순히 기술을 넘어 현장에 최적화된 AI 농업 로봇 시스템을 제공하며 농업의 미래를 바꾸고 있습니다.

초기 투자가 없던 메타파머스는 2022년 SNAACNAACst STEP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습니다. SNAAC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메타파머스는 옥타곤벤처파트너스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팁스(TIPS), 퍼스트펭귄 프로그램에 연이어 선정되며 폭발적인 성장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메타파머스의 SNAAC 샤라웃/출처: https://zdnet.co.kr/view/?no=20241016152201

이처럼 SNAAC은 메타파머스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든든한 파트너이자, 더 큰 도약을 위한 결정적인 발판이 되어주었습니다.

메타파머스의 혁신은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박사과정 대표님을 중심으로, 정교한 기술에서 시작됩니다. AI 농업 로봇 '메타파머'는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농업에 접목해, 딸기나 오이처럼 섬세한 작물도 손상 없이 수확할 수 있는 맞춤형 '손'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농작업 원격 제어 소프트웨어인 '탭파머스'를 더해, 로봇을 실시간으로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는 등 농업의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메타파머스는 농민들이 로봇을 낯설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로봇 판매 대신 'FRaaS(Farming Robot as a Service)'라는 혁신적인 구독형 영농 대행 서비스도 선보입니다. 농민들은 로봇을 직접 구매할 필요 없이 월 구독료만 내면 되므로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이고, 메타파머스는 현장 데이터를 확보하며 기술을 고도화하는 상생 전략입니다. 이처럼 메타파머스는 국내를 넘어 일본, 유럽, 중동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로봇과 AI 기술로 농업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엠에프엠(MFM): 새우 부산물로 만든 비료로 토양 염화를 해결하다

방글라데시 아이들과 서영인 대표/출처: 조선경제 (https://www.chosun.com/economy/startup_story/2024/12/17/PEOOWBWLQNCPBLVNXNX5U7CTGU/)

SNAAC의 NAACst STEP 프로그램이 발굴한 또 다른 혁신가는 바로 엠에프엠(MFM)입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 대표와 바이오시스템공학 석사과정생이 공동 창업한 이 기업은 개발도상국의 난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특별한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4년 SNAAC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좋은 결과를 낸 것과 더불어,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장려상현대차 정몽구 재단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대상을 수상하며 그 잠재력을 입증해나가고 있죠.

엠에프엠은 해수면 상승으로 토양 염화 문제가 심각한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남아시아 지역에 주목했습니다. 토양 염화란 흙에 소금기가 쌓이는 현상으로, 식물이 물과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해 농업 생산량을 크게 떨어뜨리고 나아가 식량 위기까지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엠에프엠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우 산업에서 버려지는 새우 부산물에 포함된 키틴 성분을 활용한 토양 염화 해소 비료를 개발했습니다. 기존 비료의 단점을 보완한 이 기술 덕분에, 엠에프엠은 버려지던 자원을 재활용하면서 토양을 회복시키는 친환경적이고 효과적인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정치적 불안정으로 방글라데시에서 잠시 사업을 중단하는 위기를 겪었지만, 엠에프엠은 빠르게 베트남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오히려 더 큰 성장의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현지 기업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 대면 소통을 중시하며 현장을 직접 뛰는 등, 개발도상국 사업 환경에 최적화된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엠에프엠은 앞으로 남아시아 전체로 진출하여 국제 개발 협력 분야의 영향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SNAAC은 농업의 혁신을 주도할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만나본 것처럼,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을 가진 스타트업들의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SNAAC은 이들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그 도전의 여정에 함께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자 합니다.

메타파머스MFM 뿐만 아니라, SNAAC의 문을 두드린 수많은 팀들이 세상을 바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들이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돕고,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SNAAC은 농업의 미래를 향한 스타트업들의 끊임없는 도전을 응원하며, 더 많은 혁신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다음 세대 농업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Share article

SNA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