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모르고 아이디어톤 수상했어요!

前 아이디어톤 참여자, 現 아이디어톤 기획 총괄자가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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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2, 2025
'이것'도 모르고 아이디어톤 수상했어요!

들어가며

여러분은 해커톤이나 아이디어톤에 참여해보신 적 있나요?

전 6개월 전 SNAAC의 아이디어톤이 첫 ‘창업’ 경험이자, 첫 ‘네트워킹’ 자리였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하죠. “아이디어톤이 무슨 창업이야? 그냥 애들 놀이 아니야?” 하고요. 솔직히, 어느 정도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그 경험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아이디어톤을 계기로 처음으로 스타트업 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금은 SNAAC 팀원이 되어 아이디어톤뿐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킹 행사와 외부 오프라인 행사 기획까지 열심히 준비하고 있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톤을 만들 수 있을까를 수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아, 문득 6개월 전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됐어요. 기획에 도움이 될 인사이트도 다시 꺼내보고 싶었고요.

그때도 마찬가지로, 사전 과제로 뭔지도 모르는 린캔버스를 작성하라는 말에 무작정 네이버에 ‘린캔버스 작성하는 법’을 검색하고, 밤새 나름의 논리를 만들어가며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그때의 경험을, 그 시절 그 새벽 감성 그대로 꺼내어 한번 공유해보려 합니다.

(참고로 이 글은 아이디어톤 직후, 6개월 어린 제가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새벽에 썼던 글이에요. 후후… 문장 연결이 어색해도 이해해주세요!)


I. 아이디어톤 모집 포스터를 발견하며

나는 평소에도 학교 메일함을 습관처럼 들락날락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창업지원단’이라는 제목이 붙은 메일은 유심히 보는 편인데, 그날 SNAAC의 아이디어톤 모집 공고를 발견하게 됐다.

사실 해커톤이나 이과 계열 경진대회는 자주 봐왔지만, 전문 지식도 흥미도 없어서 늘 관심 없이 넘기곤 했다. 그런데 ‘아이디어톤’이라는 형식은 처음이었고, 나 스스로도 언젠가 내 아이디어를 함께 실현해볼 사람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라, 별다른 고민 없이 지원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지원서에는 ‘창업’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프로젝트’에 가까운 경험들을 적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나왔던 창업자들에 대한 솔직한 감정도 함께 담았다.

그렇게 11월 4일, 합격 발표를 받았고, 행사 당일까지 린캔버스와 자기소개, 네트워킹 준비를 하며 아이디어톤을 맞이했다.


II. 사전과제로 린캔버스를 접하며

린캔버스는 창업 아이템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꼭 필요한 질문에 답해가며 정리하는 프레임워크다. 아이템을 더 깊이 이해하고, 구조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캔버스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누구에게 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어떻게 그들에게 다가갈 것인지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아이템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지

6개월 전 필자가 직접 제출한 린캔버스

나는 3가지 아이템을 떠올려 적었다.

​1. 나의 고민이기도 한 ‘기술 창업에 소외된 문화·예술 창업의 활성화’

2. 고등학교 시절 생각했던 ‘가정 내 정보가 불분명한 약품 정보 제공 서비스’

  1. 작년, 황준서 형과 함께 구상했던 ‘사회 흐름에 맞는 신선한 기부 문화 기획 서비스’

이 외에도, 베리타스에서 진행하고 있던 ‘알고리즘 환기 서비스’, 지방 문화예술 산업을 위해 고안한 ‘무명 작가와 무명 갤러리를 잇는 서비스’ 등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린캔버스라는 형식을 처음 접한 나는 그저 빈칸을 채우기에 바빴다.


III. 결전의 장소로 가는 버스 안에서

서울대학교 32-1동 해동홀에 모여 출발했다. 나는 혼자 지원했기 때문에 처음엔 분위기 파악하느라 조금 바빴다. 몇몇은 이미 서로 잘 아는 사이인지, 근황을 주고받으며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래도 나 역시 대외활동 경험이 몇 번 있어, 그렇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버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앞으로 내 팀원이 될 줄은.

민준이는 버스에서 처음 말을 건네준 사람이었다. 타자마자 먼저 인사를 건넸고, 창업에 대한 관심부터 이전 활동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Ⅳ. 팀빌딩이라는 혼돈의 카오스 중심에서

그렇게 행사장에 도착해 간단한 행사 소개와 자기소개를 마친 뒤 곧바로 팀빌딩에 들어갔다.

나는 자기소개 시간에 인도학 전공, 문화예술 플랫폼에 대한 관심, 디자인 감각과 아이디어 기획 능력—이 세 가지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약 40명의 자기소개를 들으며, 내게 필요하거나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점찍어 두었다. 그리고 팀빌딩 시간이 시작되자, 그들을 직접 찾아가 다시 한 번 내 인상을 남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그러던 중, 내 리스트에는 없던 태준님이 먼저 내게 관심을 표현해주었고, 대화를 나누면서 나의 부족한 창업 경험과 전문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팀을 이루게 되었다.

(태준님은 나의 발표력과 흡입력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사실 다른 활동에서도 그런 피드백을 종종 들었지만, 여전히 스스로는 확신이 없다.)

이후 우리 둘은 서로의 리스트를 공유했고, 누리님을 함께 팀으로 영입했다. 마지막으로 민준이는 자신이 가진 리서치 능력을 강하게 어필해 무리 없이 팀이 완성되었다.

기획 및 리딩 / 창업 전문성 / 자료 서치 / 아이템 발굴. 각자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뚜렷한, 이상적인 네 명의 팀이었다.


V. 첫번째 아이디어, EM(유용미생물) 활용 악취 제거 캡술 '툭툭'

이번 아이디어톤의 주제는 ‘시작’이었다.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우리는 각자의 기존 창업 아이템을 공유하며, 이 주제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나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 ‘시작’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부터 다시 고민해보기로 했다.

‘은퇴 이후의 삶’, ‘청년의 사회 진입’ 등 누구나 떠올릴 법한 평범한 접근이 대부분이었고, 그만큼 아이템으로 구체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나는 ‘무명 작가와 무명 갤러리가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작의 연결’이라는 해석을 떠올렸다. 태준님의 ‘강제된 시작’이라는 해석도 인상 깊었다. 나 역시 쉬는 것을 ‘뒤처지는 것’으로 여기는 편이라, 크게 공감했다.)

그렇게 거의 5~6시간 동안 수많은 아이디어가 오갔지만, 하나로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 (사실 우리 넷 모두 완벽주의 성향이 조금씩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그러다 정말 갑작스럽게, 누리님이 예전에 구상했던 EM을 활용한 악취 제거제 아이템을 언급했고, 그 순간 나와 태준님의 눈이 번뜩였다. ‘1인 가구 자취생’, 즉 청년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공간인 자취방에서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음식물 쓰레기 처리라는 포인트와, 하루의 시작을 향기롭게 만든다는 감성적 연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민준이도 아이디어에 동의했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우리는 린캔버스를 중심으로 각자의 역할을 나누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 직전에는 이미 아이템이 80% 이상 구체화되었고, ‘밥 먹고 예쁘게 다듬으면 끝나겠다’는 약간의 자신감마저 들었다. 아이템 이름은, 캡슐을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던지는 동작에서 착안해 지었다.

‘툭툭’.


VI. 후후 쉽게 풀리나했다, 피봇

그러나 문제가 터졌다.

SNAAC 운영진에게 피드백을 받아본 결과, 가장 근본적인 질문 하나에 막히고 말았다.

“과연 자취생이 이걸 실제로 사용할까?”
“그냥 봉투 채우기 전에 버리고 새 거 쓰지, 굳이 캡슐을 넣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솔직히 자취하면서 그렇게까지 냄새 신경 쓰나...?”,
“연 1인당 5,000원 매출로 사업성이 나올까?”

날카롭지만 정확한 현실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

그 순간, 머릿속에 꽂혔던 말이 있다.

“창업자는 자신의 아이템의 강점과 가능성만 본다.”

그때부터 우리 팀은 밤 12시가 될 때까지, EM 아이템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때가 우리 팀의 데스벨리였던 것 같다.

‘은퇴자의 제2 직장을 위한 실무 집중 클래스’,
‘사회 은퇴자와 청년을 연결하는 멘토링 플랫폼’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지만,
무려 3시간 동안 팀원 네 명 모두 depression 상태에 빠져 있었다.


VII. 눈을 감았다 뜨면 서서히 선명해지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침묵이 흐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주제를 좀 더 쉽게 접근해보기로 했다.
‘시작’이라는 단어를 꼬기보다는, 단어 그 자체에 집중했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는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누가 깨워주는가?
알람이다.

어떻게 깨우는가?
알람 소리로.

그런데 기분이 어떠한가?
더럽다.

그게 왜 문제인가?
하루의 시작이 별로일 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떻게?
알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이 과정을 거쳐 나는 알람 기능이 있는 안마 베개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팀원들과 공유했다.

하지만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굳이?”, “너무 뻔하지 않나?”, “재미없다”는 평가가 돌아왔다.

그런데 태준님이 “재밌겠는데?”라며,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했다.

“수면 시장이 크고 이미 많은 제품이 있지만, 모두 잠에 잘 들게 하거나 잘 자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분 좋게’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는 아이템은 없다”는 말이었다.

민준이도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렘수면 단계에서 깨우는 것이 다른 수면 단계보다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 나아가 논문 검색을 통해, 물리적 자극이 수면 단계 주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도 찾아냈다.

즉 우리의 핵심 포인트는 기분 좋은 기상
By 렘수면 주기 조절 + 청각적 자극이 아닌 촉각적 기상

당시 실제 IR 자료였던 장표

그렇게 우리는 밤 12시에 pivot(프로젝트 엎기) 했다.

첫 번째 아이템 ‘툭툭’이 정해진 후 업무 속도가 빨랐던 것처럼, 이번에도 속도는 매우 빨랐다. (물론, 물리적 자극을 통한 수면 단계 조절의 기술적 증명과 수면 데이터 전송 과정의 프로세스에서는 다소 정체가 있긴 했다.)

그렇게 새벽 6시쯤 얼추 마무리한 뒤, 1시간 30분 정도 눈을 붙이고 다시 만나 IR과 어펜딕스를 보충했다.

캐치프레이즈는
“From Annoying Alarm, To Gentle Wake Up!”

아이템명은
‘Wakey 웨이키’로 정했다.


VIII. 끝까지 방심하면 안된다는 것, IR

12시까지 최종 발표 자료를 제출해야 했기에, 우리는 11시까지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1시 이후에는 슬라이드를 함께 보며 IR 스토리라인을 구성했고, 이때 나는 팀장이자 발표자로 정해졌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켓(Market)과 GTM 부분을 제외하고는 발표가 크게 떨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리허설 전에 팀원들 앞에서 모의 발표를 해보니, PT가 아닌 IR 형식이라 말이 자꾸 막혔고,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 더욱 나를 압박했다. 행사장 뒤에서 혼자 노트북을 들고 모의 연습을 했지만, 자꾸 말이 막혔다. 그때마다 옆에서 발표 연습하는 사람의 오디오가 들려왔다.

내 순서는 두 번째였고, 본격적인 IR 시작 전 팀원들 앞에서 완전히 말이 막혀버리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때 정말 팀원들에게 미안했고, 눈물이 절로 났다.)


그러나 나는 노홍철이 레이싱 출발을 앞둔 차 속에서 스스로에게 “기회를 잡아라”라며 독려하는 영상을 떠올리며, ‘잘할 수 있다’고 되뇌었다.

그렇게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IR을 끊김 없이 마칠 수 있었다. 다만, 렘 수면 상태에 맞춘 기상 시각과 안마를 이용한 촉각적 자극 ‘WAKE:TECH’ 부분은 강조하지 못했다.


IX. 우수상 수상을 되돌아보며

사실 ‘블라블라’, ‘티밍’, ‘애드온’ 정도가 수상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외 팀들의 아이템 유사점을 생각해보면, 신선함이 부족했고, 기존 시장을 독점하는 서비스들이 ‘바로’ 추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또한, IR에서는 경쟁사 분석과 기술적·심리적 포인트가 부족했다.

아무튼, WAKEY는 수면 시장에서 소외되었던 ‘기상의 질’에 새롭게 집중했다는 점,
수면 보조 기기 시장성이 적음에도 기존 경쟁사를 분석하고 차별점을 두었다는 점,
그리고 모든 팀의 IR을 통틀어 유일하게 ‘알람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가격 정책과 기술적 증명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이다.)

진짜 우수상 예상 못했던 우리, 후후,,,,


처음으로 아이디어톤에서 팀빌딩, 아이디에이션, 피벗, IR 등 다양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IR을 통해 그간 팀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수상으로 덜 수 있었고, 우리 팀에서 나온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자신만의 아이템을 가지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연들이 정말 소중했다.

이러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서울대 SNAAC과 창업지원단에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아이템에 대한 피드백을 아낌없이 주신 SNAAC 운영진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여기서 말을 마치며, 앞으로도 누구나 자신의 프로젝트를 자신 있게 소개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 WHY NOT ? YOU CAN ALSO TRY ! "


나오며

다시 현재의 제가 글을 이어 마무리하려합니다.

2번 정도 위의 글을 다시 읽어보았지만, 아직도 가슴 한쪽이 설레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얼굴이 화끈해지기도 했습니다. 후후,,,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벤저스를 연상케 하는 팀원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베랩의 CTO 이태준님, 보이지벤처스의 CTO 김누리님, 그리고 인공지능 연구를 하고 있는 민준님까지. 후후,,,

아이디어톤은 그때의 저에게 단순한 행사 그 이상이었습니다. 처음으로 진심으로 ‘창업’이라는 길에 한 걸음 내디딜 수 있었던 순간이었고, 혼자서는 만들어낼 수 없었던 생각과 네트워크, 그리고 도전을 경험하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저, 그리고 SNAAC은 아이디어톤이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소중한 기회를 더 많은 분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더 나은 행사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SNAAC은 더 많은 창업 생태계 인재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다음 아이디어톤은 12월 말에 예정되어있으니,
info@snaac.co.kr로 편하게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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